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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몇 백만 돌파라며 극장에 걸리는 왠만한 영화도, 유명한 작가의 베스트셀러라는 소설도... 한동안 참으로 무의미하고 별로 공감이 되지 않기만 했다.

그러다가, 한 건설노동자의 삶의 기록을 읽으면서 새로운 감수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철저히 계급적이면서도 강변하지 않는 글솜씨..
노동자로서 바라보아지는 세상을 붓 가는 대로 편하게 엮은 글...
감성을 쥐어짜기 위한 꾸밈도 없고 투박한채로 써내려간 글...
머릿 속에 추상적으로만 떠있는 '노동자'라는 개념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전태일평전이 '조금 오래된 이야기'여서 마치 21세기 오늘의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로 읽힐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 당신의 현실과 지금이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언해주고 있는 듯 하다.

절박함이나 치열함보다는 운동의 당위와 의무감만으로 운동하지 않나 돌아보게 되는 요즘,
가슴 속 뜨거움을 원동력으로 하기 보다는 머리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돌아오는 감동 없이 마냥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 같은 요즘..
마음을 움직여주고, 머리를 맑게 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수필이어서 강변하지 않아서 좋았다. 담담해서 좋았다.
나는 누구에게 강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나'를 표현하기 어려운 요즈음이다.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 사람들에게 '나'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요즈음이다.
너무 오랜동안 일기를 쓰지 않고 지내온 요즈음이다.
하루하루 급급한 일들과 골치아픈 현실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바빠,
속깊은 '사색'을 멈추어버린 요즈음이다.

지은이 최경주씨처럼 나도 나의 눈으로 나를 담담히 그려내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 달에 두어 번이라도...

암튼 덕분에 이러저러한 생각과 '마음의 파장'을 불러일으켜준, 책을 추천한 수연에게 감사~
빌려 읽었지만, 여유가 생기면 소장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도 권할 수 있으리라...


예스24 책소개

『닥트공 최씨 이야기』는 건설일용노동자로서 자신만의 글쓰기를 고독하게 진행해 온 닥트공 최경주의 삶과 노동과 이 세계에 대한 성찰이 담긴 책이다. 우리 생활의 터전을 건설하는 노동자들의 삶의 면면을 통해서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난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최경주가 써 내려간 자신과 사람들의 이야기 안에는 어떤 사회과학적 인식이나 이론이 끼어들지 못한다. 생활의 법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 평범한 사연들은 때로 독자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산문집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일과 사색을 통해서 생산해 낸 그의 언어가 고단한 여정을 함께하는 우리들의 삶 속으로 감동적으로 육박해 들어온다. 이 책은 그 치열한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노동의 길을 가다

최경주는 평화시장 시다로 출발해서 구두공장을 거쳐 건설현장의 일용공이 된다. 그후 20년이 넘게 닥트노동자의 길을 가고 있다. 넝마와 연탄배달을 하기도 했던 그의 아버지 역시 건설일용노동자였다. 말년에 동네 주택 공사를 부탁받고는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뇌혈관이 터져 죽은 소박한 노동자였다. 아버지의 산소호흡기를 땔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할 때 그들 가족이 가진 거라곤 전세금 7백만 원이 전부였다. 그는 잔인한 아들이 되기를 결심하고, 아버지의 산소호흡기를 거둔다. 최경주도 아버지에 이어 노동자가 되었다. 첫 아이를 낳을 때 그가 가진 거라곤 보증금 6백에 월 8만 원짜리 셋방이 다였다. 또 압축 렌탈기에 온 몸이 끼어 압착사 당할 뻔하기도 한다. 셋째 아이를 낳기 전날이었다.
최경주가 걸어 온 길은 순간순간 아프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생경하고 생생한 문체를 통과하면 아픔이 웃음이 된다. 오랫동안 생산의 고통을 맛본 그의 몸을 통해 생산된 이야기들은 산통 뒤에 꿈틀대는 생명체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는 글 속에서 가난에 끌려 다니지도, 즉자적인 분노를 드러내지도, 이 세계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지도 않는다. 다만 노동과 생활의 현실, 그 무게를 보여줄 뿐이다.

이 땅 노동자의 구체적 삶의 기록
그의 글에서 건설현장은 우리의 삶의 토대를 건설하는 건강하고 익살스럽고 때로는 눈물나게 하는 삶의 일터와 같다. 노가다 현장이 그토록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또 하나의 축복이다. 그의 글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삶의 질량을 각별하게 지닌 사람들로 되살아난다. 굴삭기를 돌리며 ‘웅장한 행위예술’을 하는 중장비 운전수가 있고, 철거촌에서 스피커를 주어다 음악에 빠져드는 문화노동자들이 있다. 살인혐의자로 몰려 다섯 번씩이나 잡혔다가 탈출하는 빠삐용 소년이 어떻게 노동자가 되는지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고, 일용공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차량을 개조해 불법비디오 장사를 하는 허씨의 아픈 내력이 있다. 일상화된 임금체불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불법 다단계 하청의 문제가 어떻게 그들을 옥죄고 있는지, 죽을 뻔한 그의 경험을 통해 산재가 어떤 것인지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는 ‘진짜 노동자’들이 진짜 어떻게 살고, 생각하는지를 청계천 벼룩시장처럼 아기자기하게 펼쳐 보여준다. 만물상과도 같다.

땀으로 지은 언어의 건축물
건축물이 각각의 기술공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창조물인 것과 같이 최경주가 보는 세계 또한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체와 같다. 그는 철학자나 학자는 아니지만, 아니 그 반대로 중졸의 학력에 노가다 인생이지만, 그의 글에서 우리는 이 세계와 우주를 바라보는 촌철살인의 안목을 느낄 수 있다.
토공과 비계가 땅을 고르고 다져 놓으면 목수, 철근, 공구리, 조적이 들어가 뼈대를 세우고 전기, 배관, 설비, 닥트, 덴죠, 방통 등이 생명의 살을 붙이고 숨을 불어 넣는다. 도배, 칠, 조명, 인테리어목공 등은 골조에 미를 선사한다. 현장은 창세기의 그것과 비슷하다. 일하는 굵은 손마디로 생산된 그의 글 역시 하나의 건축물처럼 견고하고 아름답다. 때로는 근육질의 언어를 느끼게 되고 때로는 정교한 마감공사처럼 섬세한 언어감각을 느끼게 된다.

구르는 작은 돌멩이의 외침
그는 또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투쟁에 함께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투쟁의 보고서가 아니다. 투쟁의 내부에서 포착된 사람들의 고뇌, 생활의 피곤함, 그들의 개성 등을 낱낱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지문처럼 보여준다. 내부자의 시선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폭도나 불순세력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꿈틀거리는 생명체임을 느끼게 된다. 부드러운 몸이 아프고 내장이 쓰리고 어린 자식이 뽀뽀하는 입 안이 부르트는 아픈 생명체의 싸움인 것이다. 그것은 외부자의 시선과는 달리 직접 현장의 시선으로 포착되기에 더욱 절실하다. 체험의 날것 그대로 언어로 표출되었기에 진정성의 문학작품 이상이다.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건설일용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그들의 생활은 거듭되는 빈곤의 순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얼마 전 플랜트 제관공 하중근이 경찰과 대치하다 사망한 사건 역시 이러한 사실을 대변한다. 그들은 왜 자꾸만 일터를 떠나 공권력의 잔인한 탄압이 난무하는 거리로 가서는가. 그들의 요구는 거창하지 않다. 최소한의 요구다.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같이 아파하는 것, 생명의 조건이며 행위다.

최경주는 선배의 말을 빌어 건설노동자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200만 건설노동자는 저 열사의 사막에서 경부고속도로까지 이 땅 건설의 주역이며, 저 5월 광주항쟁 때 도청사수의 최후까지 총을 잡고 싸웠던 노동자들입니다.”
그의 말대로 이제 건설노동자들은 억압받는 한 개인에서 뛰쳐나왔다. 그리하여 “미래가 보이지 않는 무능하고 빈약한 밑바닥 ‘노가다’에서, 이 땅 건설을 책임지는 건설 산업의 주체인 ‘노동자’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2007/01/31 19:13 2007/01/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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