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문제에 해당되는 글 2건
 20대의 정치를 복원하자.

- ‘88만원 세대’ 1년, 숨죽이고 있는 20대를 위한 액션


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일하는사회 청년지원팀 김선영



등록금 폭등과 20대 학생빈곤, 근로빈곤(Working Poor)문제

20대 중 많은 수가 일을 하여도 경제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근로빈곤(Working Poor)의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먼저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가을학기 개강 첫 날 자신이 다니던 대학 실습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 소식은 대학진학률이 82%가 넘는 한국사회에서 등록금이 전체 가계경제를 흔드는 주범임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물가 인상률의 두 배를 넘어 매년 무리한 폭등을 하는 등록금 부담을 위한 학자금대출 상환부담뿐만 아니라(학자금 대출인구 2006년 45만 → 2008년 93만, 교육과학기술부)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20대의 경우, 월 30만원 전후의 사용료를 내고도 한 평이 채 못 되는 열악한 ‘고시원’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학생들은 다단계, 유흥업, 키스알바 등의 불법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도 한다.(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 2008년 조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구나 졸업한 후에도 취업까지 평균 11개월이 소요되는 기간 동안(2007년 7월, 통계청)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학자금대출상환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지속한다. 그리고 소위 ‘알바’ 시간이 늘어나고 노동 강도가 세어질수록 자신의 경력이나 커리어 관리에 투자하지 못하면서 소위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된다. 더구나 ’알바‘를 해도 이자상환을 하기에 빠듯한 경우가 많아 신용유의, 신용불량으로 취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학자금대출 신용유의자 06년 670명 → 07년 3726명 → 08년 7000명, 교육과학기술부) 한 마디로 대학등록금 폭등은 학생빈곤의 문제를 낳고 이어서 근로빈곤, 청년실업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등록금인하-학생빈곤, 청년실업해소’의 대중운동을 넘어 현실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민주노동당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청년실업 정책으로 ‘궁극적으로 무상교육을 지향하는 등록금인하’ 정책을 제시하였고, 올 봄 대학생 단체와 함께 이슈파이팅을 위한 공동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전개된 ‘등록금인하-학생빈곤-청년실업해소’운동은 대부분의 서민, 중산층의 이해와 부합하면서 학생들과 주변 이해당사자들을 빠르게 결집시켰다. 그리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 변화를 바라는 에너지의 크기를 확인함과 동시에 침체를 거듭했던 학생운동진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서 촛불이 타는 청계광장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운동진영은 촛불 속에서 ‘등록금인하-학생빈곤, 청년실업해소’ 운동을 확산하거나 정치적 해법으로 상승 발전시키지 못했다. 현실정치를 하는 민주노동당 역시 ‘등록금150만원-무상교육-청년실업해소’의 공약으로 학생단체와 공동사업을 전개하면서 대학생들의 지지를 총선으로 연결시키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20대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확인되지 못했다. 촛불의 거리에서 “미친소, 미친교육, 0교시 폐지” 등의 구호를 걸고 대중운동방식으로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내고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대중운동을 현실의 정치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교조 및 교육주체들이 보여주었던 과정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등록금인하-학생빈곤, 청년실업해소’ 운동은 ‘등록금인하’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도 뒷심도 부족했다.

봄날에 결집했던 대학생들에게 마음만 들뜨게 만드는 부질없는 봄바람만 불어 일으키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대중운동단체는 대중운동을 벌였다는 그 자체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를 얼마나,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더군다나 현실정치를 하는 민주노동당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봄날에 결집했던 대학생들에게 마음만 들뜨게 만드는 부질없는 봄바람만 불어 일으키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대중운동단체는 대중운동을 벌였다는 그 자체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를 얼마나,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더군다나 현실정치를 하는 민주노동당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짱돌을 던지기는커녕 짱돌을 맞는 20대

우리 사회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말하는 것이 이미 진부해져버린 가운데 지난 해 8월 한국의 20대 중후반을 가리키는 일반명사 ‘88만원 세대’를 만들어 낸 책이 출간된 지 1년이 흘렀다. 20대의 절박한 상황을 사회현상의 구석구석에서 발견하게 만든 ‘88만원 세대’는 모두가 겪고 있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던 한국의 20대 문제, 청년실업의 문제, 청년빈곤의 문제를 사회의 기득권이 된 윗세대와 20대 사이의 세대 간 착취 문제로 해석해냈다. 그리고는 이런 갑갑한 현실에 대하여 ‘짱돌을 들라’는 표현으로 20대에게 정치적 액션을 취하라는 주문을 하였는데 아직까지 젊은이들은 ‘짱돌을 어떻게 집어 들어, 어디로 던져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 채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짱돌’을 들기는커녕 20대들이 ‘짱돌을 맞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젊은 세대는 게으르고 나약하다.”는 등 인성을 탓하거나 “과잉교육이 문제”라거나 “눈높이를 낮추”라며 기업이나 정부 또는 윗세대들의 죄책감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20대를 주눅 들게 하였다.

한편 20대에게 던지는 또 다른 대표적인 짱돌은 정치적으로 무능하다거나 보수적이라는 비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총선에서 20대가 보여준 낮은 투표율과 한나라당에의 높은 지지율, 2008년 상반기를 뒤흔들었던 촛불집회에서 새로운 정치 주체로 주목받았던 10대와 달리 ‘20대는 보이지 않는다, 보수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이러한 따가운 시선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날더러 어쩌라는 거냐.’라는 20대의 반응 또는 ‘무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20대 당사자들도 청년실업의 문제가 경제, 사회, 교육의 분야를 망라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고 따라서 정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면 당면한 자신의 취업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치열하게 개발하는 방법 말고 어떤 다른 해결책이나 보호 장치가 없다는 사실 역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대 문제에 정치적으로 대응하라는 ‘88만원세대’의 주문을 따르자면, 가장 먼저 자신의 취업준비나 경력관리에 대한 투자를 포기해야 하는데, 과연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는 싸움을 위해 먼저 모험에 나설 20대가 있을까. 학비와 용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취업을 위한 학점관리, 스펙관리, 경력개발 등 취업과 생존에 대한 개별적 대응을 잠시 멈추고 20대들이 서로 협력하여 세상에 맞서나가자고 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어느 정도 받을 수밖에 없는 많은 20대들에게 있어서 ‘정치적 관심을 갖고자’하는 시도는 부모의 지원을 학업이 아닌 ‘엉뚱한 곳’에 써 버리는 사치행위 혹은 부모에 대한 배반행위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렇게 죄수의 딜레마 에 빠지는 사이에 20대는 자신에 대한 지원책과 보호 장치가 없는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를 키우거나 부모의 정치성향-대게 보수적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정리하자면, 20대들이 정치적으로 무반응인 것은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 ‘정치적 무능’이나 ‘보수화’라기 보다는 ‘정치적 좌절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운동과 학생운동의 전환, 20대의 정치적 액션을 바란다.

20대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집단화하지 않고서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짱돌을 던지는 정치적 대응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정작 20대 문제를 대변하고 사회문제로 정치적으로 풀어나갈 당사자 집단은 부재한 상황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일하는사회는 문화예술사회적기업 노리단과 협업하여 ‘20대 당사자문제해결’을 위한 활동기구로 ‘희망청’을 운영하고 있다. 희망청은 언론사들과의 기획연재, 퍼포먼스, 심포지엄, 청년사회적기업 모색, 해외의 청년실업 유관 단체들과의 연대활동 등 20대 문제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액션을 취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 중 하나로 희망청은 올 봄, 일본을 방문하여 청년실업운동을 하는 당사자들을 만나고 왔다. 일본의 청년들은 비정규직과 근로빈곤(Working Poor) 문제를 다루는 청년단체, 니트(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와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의 문제에 집중하는 청년단체, 청년사회적기업을 대안으로 제기하는 청년단체, 국제적인 청년실업단체들과의 교류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 등으로 나누어 일종의 역할분담과 협력으로 청년실업해소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사회에도 청년단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87년부터 시작하여 규모를 갖추고 활동력 왕성한 청년단체, 시민운동적인 성향을 가진 단체, 종교청년회, 그리고 2000년대를 전후하여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졸업자들이 졸업 후 만든 청년단체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년단체들이 한미FTA, 민영화문제, 신자유주의 반대, 615공동선언이행, 주한미군철수, 시민환경, 시민권익보호운동 등을 주제로 활동하는 반면 청년실업, 근로빈곤(Working Poor) 등 청년 당사자들의 문제에는 거의 대응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나열한 주제들이 사회구조적으로 ‘근본문제’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지만, 20대의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거나 20대가 구체적인 희망을 갖기에는 분명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자면 사회구조를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것이 궁극적 방법이지만 지금의 20대는 과거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한 정치적 동맹이나 집단적 행동을 통한 사회변화 등을 학습하지 않았다. 이러한 20대들이 그들 스스로를 위해 집단적으로 응집하려면 작은 경험을 축적하는 학습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20대의 접근성을 높이고 소통을 확대하도록 이해하기 쉽고 직접적인 혜택이 가능한 메시지를 생산하고 전달해야 한다. 예컨대 “졸업 후 1년까지는 실업급여 혜택을..” 등을 비롯한 청년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대정책 등을 제시하고 상징적으로 청년들이 자체의 협동조합을 꾸리고 일종의 소규모 부조제도를 만들어 운영해보는 등의 실험을 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기 쉽고 참여하기 좋고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오는 미시적인 해법을 제시하면서 현실적인 장치들을 개발해야 한다. 작은 것이지만 20대의 집단적 요구가 실현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나의 권리는 이렇게 표출하고 획득 가능하다.”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실현함으로써 사회의 패배자가 아니라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단계부터 시작하여 사회구조개혁 등 거시적 지점에 점차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8월 민주노동당에 대한 20대들의 지지율이 0%라는 여론조사기관의 뜻밖의 발표가 있었다.(2008년 8월, 리서치 기관 리얼미터) 대부분의 청년단체들의 활동내용이 민주노동당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는 점을 통해 현재의 청년단체의 활동이 20대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0대 당사자들이 모인 청년단체들이 청년실업문제에 대응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청년들을 대표하고자 하는 단체로서 마땅한 활동일 뿐만 아니라 조직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린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노동당 청년학생위원회를 비롯하여 청년학생운동의 전환과 20대의 정치적 액션이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 위 글은 민주노동당 정책이론지 '이론과실천' 08년 10월호에 게재될 글입니다.
*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운영하는 20대 당사자운동기관 희망청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2008/10/04 11:39 2008/10/04 11:39

 태그 : 
이 글의 관련글(Trackback) 주소 :: http://yofi.mapoins.net/trackback/99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비밀글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