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를 꾸리고 임시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당대의원으로서 안건에 대한 입장을 밝힙니다. 이 글의 원본은 제가 속한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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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최소한 당대회 2-3일 전에는 제 입장을 올렸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올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도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습니다. 몇 번이고 쓰고, 또 고쳐 썼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아 떨리는 마음입니다.

먼저 제명문제에 대한 입장입니다.

당의 당헌과 당규를 위반한 당원은 당에서 적시한 바대로 ‘징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 역시도 당에서 당원의 과오를 밝히고 징계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아래 정한혁님의 글에 크게 동의하며, 일부 인용을 하겠습니다.(양해해주시기바랍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 민노당 정보를 북에 제출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여기엔 사족이 붙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이 어떤 정보든 그 행위는 당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위니까요.”
“그리고 출당에 반대하시는 분들께 정중하게 말씀드립니다. 통일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이 있다면 출당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면 출당은 잘못을 범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 쓰신 글 내용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기에 ‘북에 정보를 제출했느냐’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징계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것은 제명을 해야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이 문제가 국가보안법의 문제가 아니라고 못을 박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북에 정보를 제출했느냐'는 것이 확실하게 밝혀지면 그 책임과 과오를 물어 당에서 징계를 하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 당원들 중에 한국사회변혁이 베네수엘라혁명과 공동전선의 투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고 그 분이 차베스에게 당내정보를 넘겼다해도 그것이 당헌당규위반이라면 과오를 물어 징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차베스와 만난 당원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지는 않겠지요.

저는 이 일의 초창기에 당사자들이 당기위원회에 제소되었었는지, 그리고 당기위가 어떻게 활동하고 판단했고, 진행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당기위를 비롯하여 이 문제에 책임이 있고 집행을 담당해야 할 지도부의 활동이 미흡했거나 오류가 있어서 당원들이나 일부 정파가 당기위의 활동이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먼저, 자신의 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한 당기위원회나 이 문제를 책임감 있게 풀어나가야 할 지도부에게 일차적으로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당에서 어떤 처분을 내린 대로(어떤 처분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과정을 따르고 있었던 피제소자들에게 갑작스런 급진적 징계를 그것도 시급히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더라도 당원들의 요구가 있다면 당대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즉, 무언가 ‘미흡’하게 처리되고 있다는 판단에 의해 현재 비대위 상황이니만큼 기존 당기위의 권한과 역할을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임시당대회에서 대신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야겠지요.

그러나 당대회가 당기위의 권한까지 모두 받아서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당대회는 당기위의 권한과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지, 당헌당규에 명시되었고 규정된 내용까지 어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헌당규는 당기위원회 관련 당규 제 8조에서 “제소 대상 당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은 징계는 무효”라고 하였습니다. 당대회에서 이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징계를 한다면 이 징계는 무효가 될 것입니다.

절차와 제도를 이유로 시간을 끌거나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할 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합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가 없다면 이후 불만과 갈등의 불씨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만일, 당대회에서 이 사건만을 ‘예외로’하여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징계를 할 경우, 그럴만한 적법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그 적법한 이유로 제기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첫째는 ‘친북(혹은 종북) 청산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라는 것이며,
둘째는 당내 특정 정파(친북 혹은 종북적)의 패권주의를 단죄하는 ‘상징적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당이 위기이고, 국민들 및 당원들과 소위 패권에 의해 소외되었다는 다른 정파들에게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비대위가 어떤 ‘대국민 메시지와 상징적 결정’이라는 것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척이나 유의하고 조심하여야 할 것은, 그러한 특단의 조처라는 것이 사람의 사회정치적 생명의 죽음을 선고하는 것으로 희생양과 속죄양을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진보정당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수자의 권리와 인권을 부르짖는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 중 누구라도 당규를 위반했고, 해당행위를 했으면 그 수준에 맞는 어떠한 징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징계와 처벌의 과정이 진보정당답게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어서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서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일심회 관련자 제명”에 대한 저의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선거총평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합니다. 냉철하고 엄정하게 평가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선거의 결과는 지난 4년 당의 활동의 반영"이라는 것에 적극 동의합니다. 최종 확정안 전에 제출된 초안의 평가내용이 훨씬 풍부하고 구체적입니다.

비대위에서 당에 대한 평가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초안>
- 17대 대선의 결과는 대선 전략과 대선 운동의 실패를 넘어서 지난 민주노동당 활동과 면모에 대한 국민대중의 총체적 평가임.
- 지난 4년 동안 민주노동당은 자유주의 세력과의 차별화에 실패함.
- 경제적 요구에 대한 해결의지와 능력부재로 대안정당으로의 성장이 지체됨
- 형식적인 지역위원회 활동, 진보적 실험․전국적 관심 촉발을 위한 적극적 실천 등이 부재한 지방자치단체 운영
- 정책중심에 치우친 의회활동. 원내외의 통합적인 정치실천 미흡
- 구체적 실천 활동 형태로서 가두집회만능주의 등이 문제
- 국민 대중들은 민주노동당을 ‘무능력한 아마추어 당’, ‘대안 없는 운동권 정당’이라고 평가함
- 당의 노동정치가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운동’의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하고, 민주노총에게 맡기는 식으로 진행됨. 독자적 노동정치가 없었고 이에 대한 계획과 실천의 부재로 인해 비정규직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함.
- 당의 단결을 결정적으로 훼손한 정파 패권주의, 당내민주주의 왜곡 사태가 누적됨. 이에 따라 국민들에게 당은 정파간 다툼에 몰두하는 이미지로 비쳤으며, 당 핵심활동가들 역시 민주노동당 위기의 근원을 당의 지배구조와 리더십에 대한 회의와 불만에 두고 있음
- 편향된 친북행위가 시정되지 않아 진보적(강령적) 가치는 훼손됐고 친북정당 이미지가 누적된 반면 민생 서민정당 이미지 구축에는 실패했음

<당대회에 제출될 최종 제출한 안>
- 당은 국민들의 직접적인 생존권과 경제적 요구에 대한 적극적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하여 ‘무능력한 아마추어 당’, ‘대안 없는 운동권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어 왔다.
- 이는 형식적인 지역위원회 활동, 진보적 실험과 전국적 관심을 촉발할 실천사업이 부재한 지방자치단체 운영, 정책에 치우친 의회활동, 원내외의 통합적인 정치실천과 기획의 부재 등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 결국 당은 진보정당으로서 평등과 자주의 핵심 가치를 국민대중과 소통하지 못했다. 비정규 노동자를 중심에 둔 독자적 노동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지 못하고 민주노총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서 정규직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인식되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몇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 의미의 ‘친북정당’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빌미가 되었다. 


이러한 평가 중에서 비대위는 꼭 집어 아래 두 가지를 짚고 있습니다.
- 친북이미지 청산을 위한 '일심회 관련자 제명'과 '북핵에 대한 입장 정리'
- 당내 민주주의와 패권정치 청산을 위한 '정파등록제 도입'과 '1인1표제 도입'입니다.

저는 비대위에서 짚은 저 평가지점 중에서 유독 맨 마지막 줄 두 문장을 강조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아래 어떤 분의 표현대로 하자면 ‘제명문제에 목을 매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비대위에서 제출한 평가는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을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은 주요 이유가 ‘친북적’이어서라기 보다는 ‘무능력한 아마추어 정당’, ‘대안 없는 운동권 정당’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따라 정책중심에 치우친 의회활동과 원내외 통합실천 실패, 민주노총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비정규문제나 생존과 경제문제를 실현하지 못한 것, 형식적 지방정치, 가두집회 만능주의 등에 대한 혁신과제가 더 중점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아래 어떤 글의 지적대로 80억 적자를 안겨준 책임자에 대한 징계가 오히려 더 와 닿기도 합니다.
(“이 문제가 다뤄져야 하지만 혁신의 가장 핵심내용은 아닌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면 저는 벌써 00파로 분류되는 걸까요? ㅠ.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에서 제출한 이 핵심쟁점이 다뤄져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당원들이 저에게 답을 주었습니다. 소위 각기 다른 정파적 입장이 있는 분도, 전혀 정파가 없이 이 상황이 뭔지도 잘 모르는 분까지 저에게 해 준 이야기는
<안건이 제기되고 처리되는 과정 모두가 "정파 간 정치적 갈등의 산물"이라는 점을 당원 모두가 느끼고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비대위도 어쩔 수 없이(?) 이 안을 상정했었어야 했다라는 것입니다.
이 문제가 혁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지만, 이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정파의 갈등의 산물을 다룰 수밖에 없는 현재 당의 처지라는 것입니다.


평소 같으면 약간의 차이로 바라볼 문제들도, 똑같은 현상을 놓고 하는 해석도 1cm에서 1km의 차이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세한 떨림의 파장도 정치적으로는 엄청나게 크게 해석되어버리는 지금, 당원들에게 각자의 진심과 진정어린 마음을 모든 사람이 전하려고 하여도 어떤 이에게는 상처로, 실망으로, 배반으로, 또는 자신의 편으로 느껴지시겠지요.

정말 너무도 정치적이어야만 하는 이 상황이 참으로 어렵고 힘듭니다.
당원들은 어떤 결정을 바랄까.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무엇을 판단할까...
그리하여 고민 끝에 제가 정한 기준은 당의 강령과 당헌, 당규를 원칙으로 적용하여 판단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당은 사상적으로 일치된 전위당도 아니고, 대중정당이며 큰 틀의 진보라는 안에서 각자의 차이도 많은 연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당입니다. 이렇게 어렵고 미묘한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함께 정하고 명시하여 따르기로 결정한 강령과 당헌, 당규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당의 강령과 당헌과 당규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제명안건을 판단할 때에도 그러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수렴한 우리 당은 “자주 평화 민족대화합의 통일을 위하여”라는 강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당은 ‘통일’도 진보적 가치의 하나이며, 그러하기에 ‘남북 간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사회 통합적 접근을 통해’, ‘북한을 통일의 또 하나의 주체이자 동반자로 인식하고’, ‘남북 화해와 협력 및 교류를 활성화한다.’, ‘북한에 대하여 화합과 협력으로 이끄는 정책을 실현한다.’ 는 당의 강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유효하고도 실천해야할 진보적 활동이겠지요. 이러한 진보적 활동들이 ‘종북’이라는 이름에 매도되고 묻혀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2002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민주노동당 선거운동을 접하면서 당에 가입하게 된 이후로 선거 때면 늘 신심을 가지고 즐겁게 참여를 해왔습니다. 그것은 이번 2007년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선거결과를 보고 무척이나 착찹했고, 그 동안 당이 부족하다 문제가 많다고 했지만 그렇게 절박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활동하고 있는 공간이 마포지역위원회이다보니 그나마 활기가 있고 잘 운영되고 있던 곳이라 전체 당에 대한 진단이 미진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래서 혁신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런 마음으로 비대위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출발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임시당대회를 해야하는 지금의 마음은 대선결과를 본 참담함보다 더 착찹하고 무겁습니다. 어쩌다보니 분회장이고 지역위원회 운영위원이고 대의원라는 책임있는 위치에 있게 되어서 깊이 있게 정황도 이해해야 하고 의견도 모으고 결론적으로 판단도 내려야하겠지만, 어쩌다가 이 자리를 맡게 되었을까, 대의원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든 말든 그냥 자포자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하지만 아직 당에 희망이 더 많다고 기대해봅니다. 제가 무슨 당에 기득권이 있어서 그러겠습니까.
저도 아래분의 글처럼 어디 다른 데 간다고 똑같은 일이 안 일어나겠나 싶기도 하고요, 여기서 정면 돌파해서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다른 데서도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안건들은 약간의 입장 차이와 조금의 미심쩍음이 있더라도(예를 들어, 정파등록제와 같은 내용은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고요.) 정치적으로 비대위의 안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찬성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각 정파에서도 강경파이신 분들은 제발 자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긴, 이럴 때 자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강경파도 아니겠지만요. 극과 극으로 만나 당이 쪼개지면 가장 가슴 아프고 힘들어지는 것은 강경파이신 여러분들이 아니라 평당원들이며, 진짜 진보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는 비정규직 여러분들과 민중들, 서민들일 것입니다.

진짜 진보적 가치를 이 땅에서 구현하고 싶다면, 자신의 이론과 가치의 순결주의를 주장하며 핏대를 세울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은 자신의 주장을 조금씩들만 꺾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길어져 버린 글을 마치겠습니다.

2008/02/03 01:59 2008/02/03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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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늘 새로운 물결 | 2008/02/04 07:54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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