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에 과연 대규모 집회가 가능할까...?'
거대한 물탱크에서 빗물을 쏟아붇는 듯한 폭우가 아침부터 계속되었다. 고양시는 지하철역이 잠기고 발이 꽁꽁 묶였다는데...
혹시나 싶어 그래도 깃발을 챙기고 시청으로 향했다.
막 행진을 시작하려는 5시...
먼저 온 영진옹과 조금 후 합류한 한나와 셋은
한청에서 맞춘 플랑을 2인 1조로 들고 행진대열에 나섰다.
바람은 세고 비에 젖은 플랑은 무거웠지만
조금이라도 시민들이 더 잘 볼 수 있도록 팽팽함을 펴려니 팔에 힘이 들어간다.

한참 가는데, 발이 허전하다...
아, 신발이 떨어졌다.
4년쯤 전에 산 것 같은데.. 여름만 되면 신나게 신던 센들인데..
아깝다...

가까운 신발집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나이키, 랜드로바.. 비싼 메이커 뿐이다...
그래도 이 빗속에, 떨어진 신발을 직직 끌고, 집회 대오에서 더 멀어져가면서 신발가게를 찾으러 돌아다닐 수는 없다.
랜드로바에 들어갔다.
가격이 제일 싼 '쪼리'라는 것을 영진옹의 강력한 추천으로 2만4천원에 구매했다. 다른 센들은 젤 싼 것이 6만원대.. 보통은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발뒤꿈치가 없는 슬리퍼같은 것을 실내에서 정말 슬리퍼용 이외에 밖에 다닐 때 신어본 적이 없었다.
그치만 돈도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사이에 끈 하나를 집어넣고 다시 행진을 시작했다.

골목으로 들어간다. 막힌다. 다른 길로...
골목골목 사방을 헤맨다.
퇴근후 결합하는 회원들의 전화가 온다.
이곳을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부터 오는 회원들은 일단 대로변에 있는 마포지역위에 있어야 할 듯 싶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미대사관 뒤에 있는 종로구청 뒤편..
미대사관 앞쪽이 뚫렸다고 한다.
우리도 막혀있는 이 곳을 넘어 대사관으로 가자고 한다.
전경차 두 대가 골목을 막고 있다. 사람 둘이 간신히 빠져나갈만한 길이 차의 양 옆으로 있지만, 과연 촘촘히 있는 전경의 방패를 넘어 갈 수 있을까...?
영차 소리가 몇 번 들리고 소화기의 매케한 연기가 몇 번 날리더니 갑자기 뛴다.
방패를 넘었다.


다시 한 무리의 전경들...
몸싸움이 있다. 그러나 대오는 하나의 지휘로 통제되지 않는다.
이름모를 수많은 단체들이 마구 섞여 있다.
길은 세 곳으로 나 있으나 모두 전경차로 막혀있다.
쫒기면 다치거나 연행되기 십상이다.
한나는 뒤굼치가 뚫린 굽높은 센달...
나는 생전 처음 신어본 '쪼리'다.
일단 퇴로가 보이는 곳으로 한나를 데리고 나온다.

영진옹이 조금 전부터 보이질 않는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어디간거야, 이 냥반...
잠시 후 전화가 울린다.
"나 지금 구급차 안이야.. 맞았어.."
"어느 병원으로 가는 지 모르죠? 병원 도착하면 연락해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미운 정이 든다.
일단 한나와 큰 길로 나오기로 한다.
다시 전화...
"엠블런스가 길이 막혀서 움직일 수가 없데. 걸어서 병원가야겠다."
한나를 대오로 보내고 영진옹을 만나다.
서청간부 한 명과 함께 강북삼성병원으로 이동.
이 사람 환자 맞아...?
쉴새없이 입을 움직인다. '나 괜찮다'는 신호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 냥반.. 머리가 아니라 입을 꼬메야겠다는 00의 말에 한바탕 웃음.. ㅋㅋ
집회가 끝나고 사무국장, 세원, 수연, 그리고 서청 부의장님이 왔다.
누워있는 환자를 놀리면서 마구마구 웃는다.
한참을 기다려 머리를 꿰매었다.
시위대도 다쳐서 오고 전경들도 손가락도 다쳐서 온다.
전경도 민중의 아들딸, 시위대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 막지만.. 전경들이 미운 것은 아니다.
맹목적으로 FTA 를 체결하려는 저 윗대가리들 땜이 젊은 청춘들이 이게 뭐란 말인가..
서청 동지들이 모금을 해줘서 병원비는 다 메꿨다.
감사~
그 와중에 '농활 가야는데.. 우씨..' 하는 영진옹...
다시 고운 정...

홍대입구에 있는 횟집에서 뒤풀이를 하는 나머지 회원들도 만났다.
경석이형, 한나, 택규, 그리고 출국 전 인사하러 온 미정...
먼저 간 지은과 영민도 있음 좋았을걸...
맛나게 회 몇 점 먹고 매운탕에 밥 한 그릇 뚝딱~~!!

집에 들어오는 길에 영진옹의 애처로운 눈빛..
"좀 빨아죠.. 집에 가지고 못 들어가겠어"
그냥 버리라고 할걸...
피범벅이 된 영진옹의 셔츠를 집에 들고 왔다..
대야에 세제를 넣고 벅벅 빨아본다.
안 빠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빠진다.
우웩~~! 핏물이 줄줄 나온다...

인터넷으로 민중의 소리를 본다.
오늘 협상은 집회의 영향으로 잘 되지 않은 모양이다.
FTA 끝장내는 투쟁에.. 영진옹이 피터지게 싸웠다. -,.-
청년회 회원들이 피땀을 바친 투쟁이다.
이번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송두리째 미제국주의에 먹힌다.
민중들의 삶이 송두리째 거덜이 난다.
막아야 한다. 막을 수 있다. 올해 말까지 계속 싸워 꼭 막아야 한다.
아.. 졸리다... 쿨쿨 드르렁...


궂은 날씨에도, 성치 않은 몸으로도.. 투쟁에 참가하신 청년회 회원 여러분들.. 수고 많으셨어요~~!!

2006/07/14 11:59 2006/07/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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